본문 바로가기
부룬디 활동 소식/2015년 월간 소식

부룬디 최근 소식(4/30-5/2)

by HAN & Lucy 2015. 5. 3.

세계 언론이 부룬디 정세가 좋지 않다고 연일 보도를 하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부룬디 상황에 대해 염려해 주시고 교민들의 안전을 걱정해 주시고 계시는데요,

조금이나마 기도해 주시는 분들에게 자세한 소식을 전달해드리고 싶어서,

수도 부줌부라와 인근 지역의 최근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4월 30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쯤에 집에서 나와 수도 부줌부라 시내로 향했습니다.

3월 초와 비교해서 많이 한산한 모습이었고, 거리에 차들도 많이 없었습니다.

역시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이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준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도 많이 안 보이고, 현지인들도 많이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들 어디로 간 건지...? 뉴스에는 엊그제 하루 동안 부룬디를 빠져나가 르완다로 간 사람들이 5,000명 정도 되고, 지금까지 약 20,000명의 사람들이 르완다로 피난갔다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읍내인 '카뇨샤'는 평일에도 교통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많이 한산하네요. 사람들도 많지 않고, 차들은 거의 없네요.

길이 안 막혀서 좋기는 하지만, 그 만큼 위험이 잠재해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수도 부줌부라 시내 한 복판에 나가 보았습니다. 수도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한산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경찰무리들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시위를 염두해 두고 곳곳에 경찰들을 배치해 놓은 것 같았습니다.

 

영업을 안 하는 상점들이 영업을 하는 곳보다 더 많았습니다. 다행이 카페구르망은 영업을 하네요. 구르망 안에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밖에 주차된 차들로 추측해보건데 손님들이 좀 있어보입니다.

 

시내에 오고가며 느낀 것은 곳곳에 시위의 흔적들-검게 그을린 땅-이 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경찰들이 많은 곳에 무리를 지어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 5000프랑짜리 핸드폰 선불카드를 5500프랑을 주고 사야한다는 압박이...ㅠ.ㅠ 또 사람들과 차들이 많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5월 1일 금요일]

 

거리에 차들이 왜 없나 했더니, 기름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름을 파는 주유소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고, 그것도 매일매일 기름을 파는 곳이 바뀌기 때문에 수시로 기름파는 곳을 수소문 해야 기름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하루도 안 되어서 기름이 동이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승용차에 많이 사용되는 휘발유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어 보였습니다. 2-3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기름을 구하지 못해서 생기는 어려움은 차량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부룬디는 전기가 매우 부족한 나라이기 때문에 웬만한 곳에는 발전기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기름을 구하지 못하면, 그 발전기 사용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지요. 특히 가정용 발전기들은 대부분 소형이라 휘발유를 사용하는데, 현재 부룬디에서 휘발유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 보입니다. 외국인들이 부룬디를 떠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 문제라고 합니다. 물론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지요.

 

가장 큰 이유는 시위대와 경찰(군인)들 간의 충돌로 인한 폭력사태가 번져 1994년처럼 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요즘 수도에서 반대통령 시위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게릴라전식으로 하루는 이곳에서 하루는 저곳에서 시위가 일어나곤 합니다. 아마도 이곳저것을 옮겨다니게 되면 경찰이나 군인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도 있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특히 외국 언론들- 부룬디 상황을 더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세력이 작은 시위대 입장에서는 세력이 강한 정부를 상대하기 벅차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서방 언론의 힘과 UN 군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애쓰고 있어 보입니다. 최대한 문제를 크게 만들어서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시위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라고 현지인들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시위가 있는 곳곳에는 '불'이 빠지지가 않습니다. 타이어 하나 불에 태웠을 뿐인데 그 효과는 아주 커 보입니다. 작은 불이라도 불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시위대가 시위를 시작할 때에는 항상 거리에 불을 먼저 지핍니다. 타이어를 태우거나, 나무를 태우거나 하는 방식으로 불을 지피고, 경찰차 등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도로를 큰 돌이나 다른 것들로 막습니다. 따라서 시위가 끝나고 나면 항상 그 자리에는 흔적이 남습니다. 검게 그을린 자국이라든지, 도로를 막고 있는 방해물 등이 그 흔적이지요.

 

시위가 격렬히 일어났던 키나리라2, 키나마, 키닌도, 카뇨샤 지역을 다녀보았습니다. 다행이 시위는 모두 끝났고요, 경찰이나 시위대나 서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10여년 간 부룬디 내에 시위가 거의 없었습니다. 내전으로 인해 갈등이 심한 상태에서 2005년 경에 열망하던 평화를 맛 본 사람들은 갈등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시위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시위대들의 시위능력(?)이 조금은 부족해 보이기도 합니다.(제 사견입니다)

 

그래서 시위대들이 조금은 숨고를 시간이 필요했나 봅니다. 그래서 현재 부줌부라 시내에서 시위가 많이 있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더 큰 시위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월 2일 토요일]

 

오늘은 현지 시장에 가보았습니다.

현재 부줌부라에서 가장 큰 시장입니다. 콩고, 르완다,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등지에서 온 사람들과 물건들이 가득한 곳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많이 한산해 보였습니다. 토요일인데 북적북적 해야 정상이거든요.

 

그래서 어수선한 시국 때문에 문 닫은 가계가 많이 있을 줄 기대했었는데, 제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시위대와 별 상관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 생업에 열심히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예전만큼 상품이 많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물가도 20%-50% 가까이 올랐습니다. ㅠ.ㅠ 

시온시장에서 볼 일을 다 본 후에, 시위가 격렬히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키나리라2, 무사가, 키닌도, 치비토케 지역이 대표적인 곳이었는데, 치비토케 지역은 너무 멀어서 가지 못하고, 나머지 3곳만 다녀왔습니다.

 

키나리라2 지역과 무사가 지역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키나리라2 지역이고, 북쪽으로는 무사가 지역이라 부릅니다. 저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관찰을 했습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불에 그을린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시위가 격했나 봅니다. 길 중간에 불에 탄 차량이 있었습니다. 또한 컨테이너가 길 한 가운데를 막고 있기도 했습니다. 시위대들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는 경찰차의 진입을 막기 위해 방어막을 세워놓았던 모양입니다.

 

 

무사가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시위가 가장 격렬한 곳을 한 군데 뽑으라고 하면 예외 없이 무사가 지역이 선택될 것인데요, 길 곳곳에 차량의 통행을 막는 방어벽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불에 탄 차량도 보이고요.

무사가 지역에는 수도방위사령부가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시위대들이 이곳에서 격렬하게 시위를 주도했나 봅니다. 좀 더 격렬한 충돌을 유도하여 시위대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면, 서방 여론들과 UN 군대가 부룬디 대선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룬디 상황 소식은 여기까지 입니다.

현재는 시위는 소강상태로 보입니다. 아직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고, 현 대통령이 출마를 포기하는 날까지 시위는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하에서 제 개인적인 사견을 좀 보탤려고 합니다.

 

1. 부룬디 대통령이 과연 독재자일까요?

현 대통령은 수도 부줌부라의 일부 층을 제외하고, 과반수의 국민이 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정운영을 잘 했고,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힘썼다는 것이겠지요. 현 대통령 이전 정권까지는 주민들의 복지를 위한 정책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 비로소 다양한 마을개발사업(우물, 학교, 보건소 등)이 활발히 진행이 되었고, 초등학교 무상교육이 실시가 되었지요.

 

현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하면서까지 3선에 출마하는 것은 분명히 잘 못 된 일이라 생각을 합니다만, '독재자'라는 한 단어로 그동안 해왔던 업적까지 몽땅 비난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3선에 출마 한다면, 현 대통령이 당선이 확실시 된다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시위대들까지요.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신임과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위대들은 무조건 대통령이 출마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2. 시위대들은 과연 민주화운동을 하는 것일까요?

'독재', '민주화운동' 이 두 단어에 대한 한국적인 정의를 그대로 부룬디에 적용하기란 매우 힘들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한국과 부룬디는 정치적, 문화적 토양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구사회와 부룬디의 경우도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무시하고, 일부 언론에서는 현 대통령을 '독재자'로, 시위대들을 '민주화투사'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현지 상황을 너무 모른 상태에서 쓰인 기사라고 생각을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현 대통령과 '독재자'를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위대들을 '민주화투사'로 묘사하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시위대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정권창출입니다. 현 대통령이 다시 정권창출을 하려고 하는 것처럼 시위대들도 자신들의 정권창출을 위해 시위 현장으로 뛰어든 것이지요.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3선 출마를 강행하려고 해서 비난을 받는 것처럼,

시위대들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의 3선 출마를 막는 것 또한 비난받을 일이라 생각이 됩니다. 또한 시위대들은 더 큰 폭력사태를 만들어서 제3국의 개입을 유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발상 자체가 민주화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부룬디가 인근 국가들에 비해 (다양성 및 자유 측면에서) 민주적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정당활동과 정부에 대한 비판 활동이 인근 국가에 비해 자유로왔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이야기 해서는 대통령이 그렇게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해석할 수가 있습니다.(인근 국가에 비해서 말이죠)

 

한국의 시위 문화와 비교해 보면,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위하는 편은 소수자이고, 옳지만 억압을 받는 사람들인 반면에, 정부는 독재적이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을 벌이는 옳지 못한 편으로 나뉘어집니다.

 

그런데 부룬디는 집권 여당이나 수십 개에 달하는 야당이나 둘 다 정권창출을 목표로 국회와 정치판이 아닌 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나와 싸우는 사람들로 보입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가 저한테는 매우 어렵습니다. 괜히 시민들만 고통받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3. 국회에 있어야할 정치가 일반 사회로 옮겨왔습니다.

이미 부룬디는 정치판에서 해야할 다툼이 일반 사회로 번져 많은 피를 보았습니다.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대통령이 3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면, 이런 정치 분위기에서는 분명히 반대파가 들고 일어날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사태가 현 대통령의 3선 출마 반대 시위로 보이지 않고, 말로 해야될 정치가 총과 칼로 하는 정치로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면 결국 모두 다 죽습니다.

부디 모두 다 사는 부룬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기도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무라코제!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요.

특별히 아래에 있는 SNS에 공유 많이 해주세요.

“공감” 도 많이 눌러 주시고요.

 


 

평화의 땅 아프리카 부룬디 선교사 한상훈 남해연

http://africaburundi.tistory.com

 

'부룬디 활동 소식 > 2015년 월간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소식]  (2) 2015.09.05
[6-7월 소식]  (2) 2015.08.02
[4-5월 소식]  (0) 2015.06.06
[3월 소식]  (0) 2015.04.03
[1월-2월 소식]  (0) 2015.03.03

댓글